우리 병원 인테리어가 잡지에 소개되었다. 병원에 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그곳에 가면 항상 낯설고 어색하고 복잡하며, 왠지 더 아픈 것 같은 느낌마저 들 때도 있다. 공간이 중요한 건 이 때문이다. 많은 병원 공간 디자인을 해온 스웨덴의 유명 건축가 스벤 오스트네르Sven Ostner는 “환자가 더 빨리 회복되고 심박수가 낮아지며 약물 치료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병원을 만들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의료 시설 디자인에서 ‘치유 환경’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진 지 오래이며, 이를 증거 기반 디자인evidencebased design이라는 이론과 접목해 병원 환경을 개선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병원 디자인에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방문자 각자에 최적화된 부티크 개념의 장소로 변모하는 추세로, 이는 단순히 외관이나 형태에만 중점을 두는 데에서 벗어나 정교한 서비스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BB재활의학과의원 프로젝트는 병원 디자인의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병원 디자인이 여느 공간의 디자인과 다른 이유는 최첨단 의료 기기에 맞춘 환경을 구현하는 기능적 요소가 중요하다는 데 있다. 또한 많은 스태프와 의료진, 방문객이 뒤얽히는 가운데 방문객이 전문성을 느끼도록 하면서도 편안한 서비스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리뉴 서울 안과 의원은 공간별 기능과 복잡한 동선 시퀀스를 효율적으로 풀어낸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진입 공간의 벽면을 유선형 형태로 유도해 대기실과 진료실, 수술실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접수와 상담, 진료에 이르는 동선을 반해 조명을 설계했다.
특히 이곳은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인 만큼 고가의 수술 장비를 많이 사용하는데, 수술실에 투명 유리를 사용해 내부를 과감히 공개했다. 첨단 시스템의 의료 시설을 갖춘 병원임을 드러내 방문객에게 안정감을 주고자 한 것이다. 이는 의료진 입장에서 진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반면 BB재활의학과의원은 수술보다는 장기간 치료와 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방문이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불필요한 장식과 기능을 배재해 진료와 관리에 집중한 공간임을 드러냈으며 이에 더해 벽체와 바닥의 소재 선택 시 반사 여부, 빛의 중첩이나 명암 대비 등도 고려했다. 병원 디자인 프로젝트는 디자인에 앞서 진료 과목별 특이성이나 해당 병원의 강점, 주요한 진료 과정에 대한 사전 공부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BB재활의학과의원은 고품격 의료 서비스를 위해 방문자와 의료 스태프에게 꼭 필요한 요소만 남기고 불필요한 디자인 요소는 걷어냈다. 요즘은 특히 병원 공간 디자인에 대한 접근이 달라지는 추세다. 그것이 사용자의 건강이나 치료 결과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동선이나 사용자 심리에 대한 한층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디자인이 공간과 시스템을 바꾸고 이는 곧 진료와 병원 경험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며 병원 디자인에는 전문성, 특수성을 고려한 공간 경험과 서비스가 필요하다.